최근 기후 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항로인 **북극항로(Arctic Route)**가 주목받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던 기존 항로보다 항해 거리와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산항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많은 사람이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부산은 북극항로 시대에 더욱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북극항로란 무엇인가?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해 항로를 말한다.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에 비해 약 30~40% 가까이 짧고, 시간도 1주일 이상 단축될 수 있어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세 가지 루트는 다음과 같다:
- 북동항로: 러시아 북부 해안 따라 운항 (가장 현실적이고 활발)
- 북서항로: 캐나다 북쪽을 지나는 경로
- 중앙항로: 북극점을 통과하는 최단 거리 경로 (아직 실용화는 어려움)
주로 러시아, 중국, 유럽 해운사들이 북극항로를 시험하거나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시험 운항 및 전략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왜 부산항의 입지가 흔들릴 거라고 보는가?
북극항로가 열리면, 동북아 국가들이 굳이 부산을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직항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부산은 단순한 경유지로서의 역할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들도 자체 대형 항만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부산을 허브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부산은 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는 북극항로의 등장이 부산에게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동북아시아 전체를 연결하는 지리적 중심성
부산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항만들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이 지역의 소형 항구들에서는 유럽행 직항 노선을 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류를 효율적으로 묶어서 대형선으로 연결해주는 허브가 필요하다.
부산은 이미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북극항로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동북아 화물을 북극항로로 실어나르는 집결지”**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2. 환적 기능의 경쟁력
부산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환적항이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절반 이상이 환적 화물이며,
이는 단순한 국내 수출입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국제 허브”**라는 뜻이다.
특히 일본의 지방 항만, 중국의 중소형 항구, 동남아의 항만 등에서 오는 화물이
부산에서 대형선박으로 갈아타 유럽 또는 북극항로를 통해 출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3. 항만 인프라의 고도화
부산은 높은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 빠른 하역 속도, 정시성 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항만 중 하나다.
다른 항만들보다 효율성과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해운사들이 부산을 기항지로 계속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4. 북극항로의 불확실성
북극항로는 아직도 계절적 제약, 얼음 상태, 보험비용, 쇄빙선 확보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
즉, 모든 항만이 바로 북극항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은 북극항로와 기존 항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선택지로 자리잡을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해운사들이 출발 거점을 고민할 때 **”인프라 완비 + 동북아 중심 위치”**를 가진 부산이 매우 유력한 후보가 된다.
실제로 부산을 이용하는 주요 국가들
- 중국: 중소형 항구에서 출발한 화물을 부산에서 집결시켜 유럽행 대형선에 연결
- 일본: 지방 항만에서 직접 유럽 노선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산 환적을 자주 활용
-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 유럽행 직접 노선이 부족하여 부산을 중간 거점으로 사용
- 러시아(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부산을 거쳐 동남아나 유럽으로 연결
부산을 활용하는 대표 해운사들
- 글로벌 대형선사: Maersk, MSC, CMA CGM, ONE, HMM 등
- 아시아 환적 전문 선사: KMTC, Sinokor, 흥아해운 등
이들은 부산을 유럽·미주·중동 노선의 중간 기항지 또는 화물 집결지로 활용하고 있다.
결론: 북극항로가 곧 부산의 새로운 역할을 만든다
북극항로가 개방되면 기존 항로 기반의 물류 흐름은 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부산은 ‘기존 경유지’에서 ‘북극항로의 출발지이자 조정지’로 역할이 바뀔 수 있다.
즉, 단순한 중간 항구가 아닌 동북아시아 물류를 북극항로로 연결하는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항만공사, 해운업계가 이런 기회를 살린다면
부산은 오히려 북극항로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